나쁜 사마리아인들 -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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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민간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쁜가?

20세기의 가장 심오한 경제 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는 "자본주의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데, 공산주의에서는 그 반대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의 이 말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갈브레이스는 비非 좌파적 시각에서 현대 자본주의를 비판한 유명한 인물로, 그가 표현하려 했던 것은 인류 평등 사회의 건설을 약속했던 공산주의가 그 약속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깊은 실망감이었다.

19세기에 시작된 공산주의 운동이 내걸었던 주요 목표는 (공장과 기계 같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의 폐지였다. 공산주의자들은 사적 소유를 자본주의의 분배 불평등을 빚어내는 궁극적인 원천이자 경제 비효율성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이들은 사적 소유가 시장의 '낭비적인' 무정부 상태의 원인이라고 믿었다.

투자 계획을 알지 못하는 많은 자본가들은 같은 물건의 생산에 지나치게 투자하여 과잉생산에 이르게 되고 그로 인해 일부 기업들이 파산하면서,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게 된다고 보았다.

해서, 이들은 여러 자본가들의 결정이 중앙 집중화된 합리적인 계획을 통해 미리 조정될 수만 있다면 이런 과정에서 빚어지는 낭비가 사라진다고 보았다. 때문에 공산주의자들은 사적 소유를 폐지하면 경제를 단일의 기업처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기업의 국가 소유에 기초한 중앙 집중적 계획 경제가 올린 성과는 형편없었다. 통제되지 않는 경쟁이 사회적인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산주의자들의 주장이 옳았지만, 완전한 중앙 집중적인 계획과 포괄적인 국유화를 통해 모든 경쟁을 억제하려던 시도는 경제의 역동성을 파괴하여 엄청난 비용을 초래했다. 게다가 공산주의 체제 하의 경쟁 부재과도한 하향식 규제순응주의, 관료적 형식주의, 그리고 부정부패를 낳았다.

그러나 이런 결론에서 국영 기업이나 공기업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을 이끌어 낸다면 이는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왜 국영 기업을 민영화(국가가 지금까지 운영해 온 분야를 민간에게 위탁하는 것) 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바로 사람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닐 경우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 소유에 대한 반대자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물건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만들고 싶으면, 당사자들에게 해당 물건의 소유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소유권은 소유자에게 그의 재산과 관련하여 두 가지 중요한 권리를 준다. 첫 번째는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이고, 두 번째는 그 재산을 이용하여 이득을 볼 수 있는 권리이다. 이윤은 재산의 소유주가 자신의 재산을 생산적으로 이용할 작정으로 구매한 (그의 공장에서 사용되는 원자재와 노동을 비롯한) 온갖 투입 요소에 대한 지불을 완료하고 난 뒤에 그에게 남는 것이다. 때문에 이윤을 청구할 권리를 '잔여 청구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영 기업은 전체 국민에 의해 집단적으로 소유되는 것이고, 고정된 임금으로 고용된 직업적인 경영자에 의해서 운영되는 기업이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 고용된 경영자들은 해당 기업의 수익성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잔여 청구권 - 이윤 -을 챙기는 자가 국영기업의 소유주인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를 '주인 - 대리인의 문제'라고 부르며, 그로 인한(부실한 관리에서 비롯된 수익의 감소와 같은) 비용을 '대리인 비용'이라고 하는데, 이런 주인 - 대리인 문제는 국영 기업을 반대하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견해이다.

그러나 주인 - 대리인 문제만이 국영 기업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원인인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주장으로 '연성예산 제약' 문제가 있다.

※주석 - 연성예산 제약이란?

『기업이나 정부가 수입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출하거나 예산을 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결코 파산하는 법이 없는 인도의 '병든 기업'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대규모 민간 기업에도 적용된다. 주인 - 대리인 문제, 무임승차 문제, 정치적으로 중요한 민간 기업들 역시 보조금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정부의 구제 금융 조치까지 기대한다.

(조선 산업이 흔들리면 산업은행에서 구제 금융이 발생한다.)

국영화(공기업)가 민간 기업보다 우월한 상황들이 존재하는데, 그중 한 가지 상황은 장기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있지만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모험적인 사업에 민간 부문의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이다. 자본 시장은 자금의 빠른 회전력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대개는 단기적인 수익을 향해 몰리는 특성이 있다. 회임 기간이 길고 위험한 대규모 사업 계획을 선호하지 않는 것도 그래서이다. 자본 시장이 이렇듯 지나치게 신중하여 실현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자금을 대지 않을 경우, '자본시장의 실패'가 발생할 때에는 국가가 설립한 국영 기업이 그 일을 맡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포스코가 그중 하나이다.

국영 기업은 '자연 독점'이 있는 분야에도 설립될 수 있다. 자연 독점은 기술적인 조건 때문에 공급자를 하나만 두어야 시장의 요구를 가장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상황을 이르는데, 전기, 수도, 가스, 철도, 그리고 전화 같은 것이 자연 독점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산업의 생산 비용은 대부분 배급망의 건설 비용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배급망을 이용하는 고객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단위당 공급 비용은 낮아지는 반면, 별도의 배급망을 가진 다수의 공급자를 허용할 경우에는 가구당 단위 공급 비용이 올라간다.(아마 지금 현재 5G가 그러지 않나 싶다.. 공급망이 적어도 너무 적다. 하루빨리 공급망을 확충하지 않는다면.... 난 아직 5G를 쓰지 않을 것이다.)

자연 독점이 있는 상태에서는 소비자들이 다른 공급자를 선택할 수 없으므로 공급자가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정부가 그 사업을 인수하여 직접 운영하면서 사회적으로 적절한 양을 생산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마지막 이유는 국민들 사이에서 형평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에게 맡겨 둘 경우 외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우편, 수도, 교통 등의 중요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진다. 예컨대 스위스에서 외딴 산간 지역의 주소지로 편지를 보내는 비용은 제네바의 주소지로 보내는 비용보다 훨씬 높다. 이윤에만 관심이 있는 기업이 우편 업무를 맡을 경우 이렇듯 산간 지역으로 보내는 우편 요금이 올라가게 되고, 그러면 그곳 주민들은 우편 서비스 이용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이용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국영기업은 많은 경우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와 보조금의 선택적 혹은 병행 실시 시스템에 비해 훨씬 실용적인 해결책이다. 세금과 규제 능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특히나 그렇다.

결론적으로 말해 국영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단 방약'같은 해법이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국영 기업의 운영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이 했던 "쥐를 잡을 수만 있다면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따질 필요가 없다."라는 유명한 말에 깃들어 있는 실용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다음 이야기.

1997년 만난 윈도 98

- 아이디어의 '차용'은 잘못인가?

입니다.

추석은 잘들 보내셨는지요??

추석 내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해서

살찐 배를 이제 조금씩 빼볼까 합니다..

조만간 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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