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안인들 - 1997년에 만난 윈도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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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만난 윈도 98

아이디어의 '차용'은 잘못인가?

1997년 여름, 홍콩에 복잡한 거리에는 수십 명의 행상들이 해적판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음악 CD를 늘어놓고 팔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컴퓨터 운영 체제인 윈도 98을 팔고 있었다.

홍콩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에 못지않게 해적판 복제에 능숙하다. 그렇지만 어떻게 본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복제품이 먼저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누군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실에서 마무리 손질 중인 윈도 98의 원본을 몰래 빼내 해적판을 만든 게 틀림없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복제는 너무나 쉽다. 새로 개발되는 상품은 (한 사람의 1년 동안 작업량을 뜻하는) 인년 man - year-으로 환산할 때 수백 년에 해당하는 노력이 투입된 결과물이다. 그런데 복제는 단 몇 초 만에 이루어진다.

빌 게이츠가 자선 사업에는 후하면서도,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복제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혹독하게 구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연예 산업과 제약업 역시 복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이들 역시 특허권, 저작권, 상표권 등의 지적소유권 IPRs 보호 및 강화에 대단히 적극적이다.

※ IPR (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 지적 재산권 : 인간의 정신적 재화인 지적재산 내지 무형의 재화인 무체재산을 그 보호 대상으로 하는 일련의 사법 체계상의 권리를 일컫는다. 즉 정신적 창작물을 보호하는 권리로, 유체물을 대상으로 하는 재산권과는 달리 무체물로서 정신적 창작물인 지적재산권을 대상으로 하는 무체재산권이라 볼 수 있다.

- 지적 소유권 : 저작, 발명 등의 지능적, 정신적 수고에 의한 창작품에 대해 사회, 경제적인 가치권을 가지는 재산권.

정신적 창조물에 대해서도 배타적 지배는 성립할 수 있으나 그것은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물권의 객체는 되지 못한다. 이 권리는 일반적으로 존속기간이 한정되어 있고, 상속인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가 소멸된다.

WTO에서 이른바 무역 관련 지적소유권 TRIPS 협정을 도입하게 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활동해 왔다. 이 협정은 지적소유권 보호의 범위를 확장하고, 보호 기간을 연장하고, 보호 수위를 전례 없을 정도로 높이 끌어올렸다. 그에 따라 개발도상국들은 경제 발전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수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HIV/ AIDS에 시달리고 있다. 더군다나 HIV/ AIDS 치료에 필요한 약 값은 대단히 비싸 환자 1인당 연간 약 값만 1만 ~ 1만 2,000달러에 이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인도나 태국 등지에서 '정품' 가경의 2 ~ 5%에 해당하는 300 ~ 500 달러짜리 '복제'약을 수입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모든 특허법에는 지적소유권이 공공의 이익과 충돌할 경우 해당 지적소유권 보유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이 있다. (즉, 내가 에이즈 백신을 만들었는데, 옆 나라 일본에서 대량의 이 백신을 원하여-공공의 이익 - 내 권리를 제한, 약 값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특허권자에게 가장 우호적인 미국 특허법의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해당 국가 정부들은 특허를 취소하거나, (특허권 보유자로 하여금 합리적인 사용료를 받고 제3자에게 특허를 허가하도록 하는) 강제 인가 조치를 실행하거나, (특허가 없는 나라에서 복제품을 수입하는) 병행 수입을 허용할 수 있다. 미국 정부 역시 2001년 탄저병 테러 위협 사건 직후 강제 인가를 하겠다는 위협을 동원해서 독일 바이어 제약으로부터 특허약인 탄저병 해독제 시프로에 대해 80%의 가격 할인 조치를 유도해 낸 적이 있다. (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강탈?!이라고 봐도 될까? 미국 입장에선 싼값의 해독제를 구한 것이고, 독일 바이오 입장에선 80%나 할인된 가격으로 반강제적인 강탈과 다름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이익으로만 따져 바라만 봐야 할 것인가?!)

 

이와 관련 41개 제약사들은 단합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에 2001년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사회적 비판과 대중적인 반발이 잇달자 자신들의 평판이 나빠질 것(주식이 떨어지는 등..)을 우려하여 결국 소송을 취하했다.

제약사들은 HIV/ AIDS 치료제에 관한 논쟁 과정에서 특허권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향후 신약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자사가 개발한 약을 아무나 '훔쳐 갈' 수 있다면 신약 개발의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제약사들은 또 특허 제도(그리고 기타의 지적소유권들)에 대한 비판은(단순히 약만이 아니라) 향후 새로운 아이디어의 공급 자체를 위협하고, 자본주의 제도의 생산성을 갉아먹는 일이라는 주장까지 덧붙였다.

이런 주장은 상당히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반쪽짜리 진실일 뿐이다.

세계 전역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연구자들이 별다른 직접적인 이익을 얻지 못하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있다. 정부 연구 기관이나 대학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발명품에 대해 특허를 내는 것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곤 한다.

여기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실은 특허의 경우 제약을 비롯한 화학, 소프트웨어, 연예 등 비교적 복제가 용이한 특정 산업의 경우에만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산업의 경우에는 신기술을 복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특허법이 없다 해도 혁신을 이룬 발명가에게는 자동적으로 일시적인 기술적 독점이 주어진다. 이 독점은 혁신자가 확보하게 된 자연발생적인 우위에서 비롯되는데, 그 예로는(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대서 비롯되는) 모방 시차, (최초 개발자이자 가장 유명한 생산자라는) 명성의 우위, 그리고 (경험 축적을 통한 생산성의 자연스러운 증대 같은) '학습 곡선 경주에 있어서' 출발의 우위 등을 들 수 있다.

복제가 용이하기 때문에 특허권을 비롯한 기타 지적소유권이 필수적인 산업의 경우에도(저작권자 및 상표권자를 비롯한) 특허권자와 다른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적절하게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특허권은 독점을 야기하고, 독점은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비용을 부과하게 된다는 명백한 문제가 있다.

특허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혁신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생산성 증대와 같은) 이익이 특허 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으리라고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은 특허권 보호는 유치산업 보호와 같은 구도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특허 제도를 잘못 설계하여 특허권자를 지나치게 보호한다면, 그 제도는 이익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창출할 것이다. 지적소유권 보호 제도의 가장 치명적인 영향은 경제 발전을 위해 선진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술 후진국으로 지식이 흘러들어 가는 것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발전의 핵심은 선진적인 외국 기술의 흡수이다.

과거 부자 나라들은 이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고, 이런 사태의 발생을 막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썼다.

역사적 사실로 볼 때, 오늘날의 선진국들은 후진적이었던 시절에 하나같이 다른 나라 사람들의 특허권과 상표권, 저작권을 닥치는 대로 침해했다.

나쁜 사마리아인인 부자 나라들은 이런 과거에도 불구하고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이나 쌍무적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수준의 강력한 지적소유권 보호를 개발도상국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그러면서 지적재산권을 보호를 강화하면 새로운 지식의 생산을 자극하여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다. 과연 사실인가?

특허를 너무 남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미시시피 대학에 근무하던 인도 출신 연구자 두 명이 강황의 의학적 활용과 관련하여 낸 특허이다. 상처를 낫게 하는 강황의 효능은 이미 수천 년 동안 인도에 알려진 있던 것이다. 이 특허는 뉴델리에 있는 농업연구회가 미국 법원에 소송을 재개한 끝에 취소되었다. 그러나 만일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는 나라가 인도가 아닌 작고 가난한 개발도상국들이었다면, 그래서 이 같은 싸움을 할 만한 인적, 재정적 자원이 부족했다면, 이 특허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특허 제도에 내재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생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투입 요소는 아이디어이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필요한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는 그 아이디어를 사용할 수 없다.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의 생산 비용이 높아지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당신이 낸 특허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특허를 소유하고 있는 경쟁자에게서 특허 침해로 고소당할 위험까지 있다. 특허가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박차가 아니라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이다.

지식을 낮은 곳을 향해 흐르는 물에 비유한다면, 오늘날의 지적소유권 제도는 비옥한 경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땅으로 흘러드는 물을 막아 기술의 황무지로 바꾸어 놓는 댐과 같다. 이런 상황은 뜯어고쳐야 마땅하다.

이런 지적소유권 제도에 대해 비판하는 강의를 할 때마다 자주 받는 질문은 "당신은 지적소유권의 반대를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당신의 연구 논문을 훔쳐서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는 것도 허용할 것인가?"

이는 지적소유권을 둘러싼 논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나친 단순화의 징후일 뿐이다. 지적소유권 제도를 비판하는 것과 지적소유권 자체를 전면 폐지하자는 주장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소유권 보호는 유익한 일이고 때로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호를 강화하면 할수록 더 좋은 것이라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결국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지적소유권 보호가 좋으냐 나쁘냐 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사람들을 격려해야 할 필요 성과, 지적소유권으로 인한 독점 때문에 빚어지는 손실이 새로운 지식이 가져오는 이익을 넘어서지 않도록 보장해야 할 필요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현재 널리 퍼져 있는 지적소유권 보호의 강도를 약화시켜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지적소유권 보호 기간을 단축하고, 독창성 기준을 높이고, 강제 인가와 병행 수입의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

만일 보호의 약화로 잠재적인 발명가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족해진다면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 공공 부문이 개입하면 된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미국 국립 보건 연구소처럼) 특정 국가의 조직이나(녹색 혁명을 위해 다양한 쌀 품종을 개발한 국제 쌀연구소 같은) 국제적인 조직이 직접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고, 민간기업에게 연구 결과에 대한 공공 접근권 보장을 조건으로 특정 분야 연구개발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좀 더 쉽게 기술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보다 생산성이 높은 기술을 사용하고 개발하는 능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특허 사용료에 대한 국제적인 세금 제도를 제정하고, 그 제도를 이용해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기술적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짝퉁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광객들까지 포함해서) 진품을 살 여유가 없다. 따라서 그 짝퉁들이 부자 나라로 몰래 반입되어 진품으로 팔리지 않는 한 -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 짝퉁으로 인해 진품 제조업자의 수입의 줄어드는 경우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은 사실상 진품 제조업자들을 대신해서 무료 선전(광고)를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은 지금 짝퉁을 사서 쓰는 소비자들이 나중에는 진품을 사서 쓰는 소비자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많은 한국인들이 1970년대에는 짝퉁을 샀지만 지금은 진품을 사서 쓰고 있다.

(이 말에 공감하는 것이, 필자도 초등학생 때, 나이키, 게임... 뭐... 짝퉁을 안 산 경험이 없다. 게임은.. 거의 해적판만 구해서 불법복제하여 게임을 즐겼고, 나이키 축구화가 비싸, 프로스펙스 축구와 같은 걸 사 신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나이키 정품 축구화, 신발을 구입하고, 게임도 정품만 사용한다. - 물론 옛날과 같은 불법복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나.... 현재 소비 형태에서는 정품을 그냥 사 쓰는 걸로 변화하였다.)

어떤 제도든 마찬가지지만 (특허, 저작권, 상표권을 비롯한) 지적소유권이 유익한 것이냐 아니냐는 그것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이용되는냐에 달려 있다. 어려운 것은 지적소유권을 완전히 폐지할 것이냐 아니면 철저하게 강화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소유권 보유자들의 이해관계와 사회의 나머지 구성원들 - 혹은 세계의 나머지 구성원들 -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이런 균형의 제대로 잡혀야만 지적소유권 제도는 애초에 계획했던 유용한 목전, 즉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을 격려하되 사회에는 최대한 낮은 비용을 부과한다는 목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다음 이야기

미션 임파서블?

- 재정 건전성의 한계


앞으로 세 개 파트가 남았네요..

마지막까지 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을 간추리면서 다른 책들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다독은 중요하지만,

역시...

한번 써 보는 것만큼 기억이 오래 지속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많은 책을 읽었으나, 실제로 머릿속에 오래 남지 않는다는 사실에...

몇 달 뒤에 다시 읽게 되는 나를 보면서,

물론 다시 읽는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만...

기억을 오래 하면서, 책이라는 경험과 나의 일상생활에 있어 어떻게 하면 적용할 수 있을지 접목시킬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독후감, 독후감이라고 하면 귀찮다~라는 느낌이 강하여 간추려 보자~로 바꿔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 또한, 어느 한 프로에서 글을 써 보는 것이야말로 그 내용을 다시 갈무리한다는 것을 알려 주었기 때문에,

남이 시켜서가 아닌 스스로 하게 된 것입니다..

이게 참... 그렇습니다.

어렸을 적 이걸 알았다면...

많은 글을 썼을 텐데요.

하지만 이제라도 알고서 실행하는 나를 보며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려 합니다.

나는 할 수 있다.

뭐... 별거 아니겠지만요.

지금은 단순히 간추리는 것만으로도 2시간 이상 소요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좀 더 다듬어지고, 익숙해져서 글의 핵심을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생각이 많은 신 분들이 계시다면,

작은 것이라도 글을 써 보는 것을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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